부 부 글 : 문 정 희
부부란 !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 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 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 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 만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분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 시키는 기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람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
어떤 이름으로도 잴수없는 백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 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것이 무었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
서로를 묶는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 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있는 것만이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나에게 남은것이 무었인가를 생각하다가
내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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