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부탁했다.
함께 가 주지 않으련
굽이진 골짜기도 좋고,
돌멩이들이 즐비한 거친 언덕도 좋고,
돌다리 없어 첨벙거리며
건너야 하는 개울가라면 더욱 좋겠지.
함께 가 주지 않으련
거대한 산맥을 넘어서,
어느 가난한 아프리카 굶주린
소년의 커다란 눈망을 앞으로.
사랑의 화신이 되어 버린
마더데레사의 마지막 정착지 앞으로
삶이 곤고해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슬픈 아버지의 작아진 어깨 곁으로
나를 데려다 주지 않으련
씨를 뿌리고 때 맞추어
물과 햇살을 담아 잘 익힌 열매,
그것은 평화!
할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남김없이 주고 싶은데
이 아침 결이 고와 순결하기 조차한
너의 날개를 타고 가고 싶은 곳,
나를 데려다 주지 않으련
장은경시집 (둥기둥기 둥기야 중에서...)